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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의 길
화폐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소멸될까요? 화폐의 탄생과 소멸이 이 곳에 공존합니다. 지폐와 주화가 제조되는 과정을 알아보고 폐화폐로 제작한 작품을 관람하며 화폐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보실 수 있습니다.
천원권은 지폐 중에서는 가치가 가장 작다. 하지만 천원으로도 호떡이나 오뎅을 사 먹으며 나름대로 소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지폐 중 가장 작은 단위인 천원권을 의자에 대입하면 등받이가 없는 스툴일 것 이다. 천원권과 똑같은 비율의 종이를 접어서 앉기 편한 곡면 좌석을 가진 스툴을 만들었다.
이 스툴은 합성나무로 형태를 견고하게 만든 뒤 표면에 한지와 파쇄된 돈을 붙여 완성했다.
돈은 사람들로 하여금 욕망을 갖게 만든다. 이 의자는 돈이 갖는 욕망의 속성을 표현했다. 먼저 오천원권 지폐의 절반 크기를 확대해 네 개의 패널을 만든다. 네 개의 패널 중 두 개는 좌석과 등받이가 되고, 두 개는 팔걸이가 되었다. 욕망의 대상인 돈의 화려함을 표현하고자 투명한 아크릴 안에 파쇄된 오천원 조각들이 고르게 퍼져 있다. 의자에 빛을 비추면 파쇄된 지폐 조각들이 화려하게 반짝인다.
돈은 순환한다. 목화가 지폐 용지가 되고, 지폐 용지가 돈이 되고, 돈은 언젠가 폐기된다. 모든 생명체는 필연적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자연으로 돌아가 다른 에너지가 된다. 그처럼 파쇄된 돈이 의자로 부활했다. 이 의자는 등받이에서 나뭇가지가 자라난다. 이것은 돈과 생명이 순환하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의자는 나무로 만든 뒤 표면에 파쇄된 돈을 붙이고 스프레이로 고정시켰다.
돈이 쌓이면 직육면체의 벽돌 모양이 된다. 평면적으로 얇은 종이가 쌓여 벽돌 같은 입체가 되듯이 이 의자도 규격화된 작은 단위의 조각들을 이어붙여 만들었다. 옆에서 보면 네 개의 타워, 즉 두 개의 다리, 좌석, 등받이가 한 점으로 연결돼 하나의 모듈이 된다. 이 모듈은 콘크리트와 파쇄된 오만원권 지폐를 혼합해 거푸집에 넣고 견고한 형태로 굳힌 것이다. 이 모듈 13개를 연달아 붙여서 벤치가 완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