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오제 이야기

단오제와 이야기

강릉단오제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호개등’이라고 할 수도 있다.

호개등의 한자 말뜻은 하늘을 덮는 등불이라는 것으로, 강릉단오제 기간 내내 제사와 굿을 하는 제당 즉 굿당에 높이 매달아 놓는다. 이 호개등을 타고 단오신이 하늘과 단오장을 오르내린다고 한다. 그러니 호개등은 하늘과 땅, 신과 인간이 만나는 한 마당 강릉단오제를 상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강릉단오제에는 강릉지역의 수호신으로 알려진 대관령산신, 대관령국사성황신, 대관령국사여성황신에 관한 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대관령산신 김유신
대관령산신 김유신

신라의 장군 김유신이 어렸을 때 명주(지금의 강릉)에서 대관령산신에게서 검술을 배웠다고 한다. 그는 강릉 남쪽의 선지사라는 절에서 명검을 만들어 신기한 검으로 삼국을 통일했으며, 그의 말년에 말갈과 접경지역을 이루는 강릉지역의 안정을 위하여 머물렀다고 한다. 그런 연유로 지금도 강릉시 교동에 장군을 모신 사당(화부산사)이 있다.

죽은 뒤에는 대관령산신이 되어 이 지방의 수호신이 되었다고 지역 사람들은 믿고 있다. 임진왜란 때에는 대관령과 송정의 모든 소나무를 군사로 보이게 하여 왜군이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신통력을 발휘했다고도 한다.

대관령국사여성황신 정씨처녀
대관령국사여성황신 정씨처녀

조선시대 강릉의 정씨 집안에 시집 갈 나이가 된 딸이 있었다. 하루는 아버지 정씨의 꿈에 대관령 국사성황신이 나타나 딸에게 장가를 들겠다고 했으나 거절 했다고 한다. 그런 후 어느 날 국사성황이 보낸 호랑이가 처녀를 업어갔는데 국사성황신이 처녀를 데려다가 아내로 삼은 것이었다. 정씨 부부가 당황하여 마을 사람들과 대령국사성황사로 찾아 가보니 딸이 선 채로 죽어 그 몸이 비석처럼 서 있었다. 정씨 부부가 딸을 국사성황의 아내로 바치겠다고 하고 화가를 불러 딸의 그림을 그려 붙이자 처녀의 몸이 비로소 떨어졌다고 한다.

이 날을 대관령국사성황신과 정씨 처녀가 결혼한 날로 여기는데 바로 음력 4월 보름이다. 그래서 지금도 이날 대관령에 올라가서 제사를 지내고 국사성황을 홍제동에 있는 국사여성황사에 함께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것이다.

대관령국사성황신 범일국사
대관령국사성황신 범일국사

옛날 학산 마을의 어느 집 처녀가 이른 아침 굴산사 앞 샘물에 가서 물을 뜨니 바가지의 물속에 해가 떠 있었다. 처녀는 이상하게 여기면서 바가지 속의 물을 마셨고 얼마 후, 처녀는 배가 불러왔고 사내아이를 낳았다. 처녀의 집안에서는 그 아이를 아비 없는 자식이라 부끄러이 생각하고 몰래 학바위 밑에 내다버렸다. 처녀가 며칠 후 학바위를 찾아가 보니, 여러 마리의 학들이 붉은 알약을 아이 입에 넣어주면서 날개로 감싸주고 있었다. 처녀와 가족들은 신기하게 여겨 다시 데려와 길렀다. 아이가 총명하여 서울로 가서 공부했고 중국에 유학하고 돌아와 고승이 되었다.

이 아이가 범일이며 왕의 스승인 국사의 부름을 받았으나 강릉 굴산사에 머물렀다. 범일이라는 이름은 한자로 풀이하면 뜰‘범’ 해‘일’이니 물에 비친 해를 먹고 낳은 아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범’자는 현재 범어 범(梵)자를 쓰고 있다.

범일은 고향에 돌아와 불법을 전파하고, 굴산사와 신복사를 건립하였으며 낙산사도 다시 세웠고, 영동지역 사람들은 죽은 후에 대관령국사성황신이 되었다고 믿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