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오제사

강릉단오제의 진행은 신주빚기로 시작하여 송신제로 끝난다. 단오 제사는 종교적인 부분으로 유교식 제사와 무속의 굿을 함께 보여준다.

지배계층의 종교였다고 할 수 있는 유교와 서민층의 종교라고 할 수 있는 굿이 함께 어울려 지역의 안녕을 기원하는 내용이다. 강릉단오제의 제사에 굿이 따르는 것이 특징이다.

유교식 제사는 제례복을 입고 제사 순서를 적은 홀기에 따라 엄격하게 지낸다. 제사는 집례라고 부르는 진행자가 제사 일을 맡은 사람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되고, 집례가 순서를 읽으면 알자라는 인도자가 초헌관, 아헌관, 종헌관으로 불리는 헌관을 안내하여 제사를 진행한다.

초헌관이 향을 피워 신을 부르는 의식을 하고나면, 축관은 제사를 올리는 목적을 적은 기원하는 글 즉 제문을 읽어 신께 고한다. 헌관은 모두 술잔을 올리고 세 헌관이 모두 잔을 올리고 나서 초헌관이 축문 등을 태우고 제사를 마친다.

제사 후에는 헌관들과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제사 음식을 나누어 먹는데 이 음식을 먹으면 건강과 복이 온다고 한다.

단오제사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음력 4월 5일 칠사당에서 정성껏 술을 담그는 것으로 강릉단오제가 시작되고, 4월 보름에 대관령에 가서 대관령산신제를 올리고 이어 대관령국사성황제를 지내고 시내로 모셔와, 시내에 있는 여성황사 봉안제로 부부신을 단오 때 까지 함께 모시게 된다.

음력 5월 2일 여성황사에서 영신제를 지내고 영신행차를 하고 단오제당에 모신다. 다음날부터 5일간 아침마다 조전제를 지내고, 음력 5월 7일 저녁에 송신제 까지 십여 차례 엄격하게 제사를 올린다.

제사는 강릉시장을 비롯하여 강릉지역 각 계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참여하여 시민의 안녕과 풍년을 바라는 뜻으로 지낸다.

단오술(신주)빚기
단오술(신주)빚기

강릉단오제는 음력 4월 5일 단오술 빚기로 시작된다. 단오 때 신께 올릴 술을 정성껏 빚는 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강릉단오제 제사를 맡은 사람들이 먼저 강릉시청에서 시장이 내린 쌀과 누룩을 받아 옛 관청이었던 칠사당으로 간다. 칠사당에 도착하면 무당이 주변을 깨끗이 하는 굿을 하고 정성껏 술을 빚는다. 술을 빚어 술단지를 제자리에 옮겨 놓고 다시 술이 잘 익게 해달라는 의미의 한바탕 굿으로 마친다.

이 날을 전후 하여 강릉시민들은 가정의 안녕을 기원하며, 강릉단오제를 함께 잘 치르기를 바라는 의미로 단오제 쌀을 단오제위원회에 3홉 가량 낸다. 이 쌀로 단오제의 제사에 쓸 술과 떡을 만들고 제사 후 시민들에게 나누어주는 것이다. 해 마다 백여 가마가 넘는 쌀이 모아 진다고 한다.

대관령산신제와 국사성황제
대관령산신제와 국사성황제

강릉단오제에서 4월 보름은 본격적으로 축제가 열리기 이전의 가장 중요한 날이다. 대관령 정상에서 북쪽에 산신당과 성황사가 있다. 산신당에서 산신제를 올리고, 이어 성황사에서 행하는 대관령국사성황제에서는 강릉시장이 초헌관을 맡아 시민과 관청이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제사가 끝나면 무당이 부정을 씻어내고 성황신을 모시는 굿을 한다. 이어 무당일행과 신목잡이는 산에 올라가 신목을 찾는다. 신목은 국사성황신이라고 믿고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강릉단오제의 신목은 단풍나무이며 이는 우리 민족이 단풍나무를 신성시하는 전통과 연결된다. 요란한 제금 소리와 무녀의 축원으로 신목을 잡은 신장부의 팔이 떨리면 신이 내린 것으로 믿고, 신목을 베어 산을 내려오면 사람들은 다투어 오색 예단을 걸며 소원 성취를 빈다. 서낭신의 위패와 신목을 모신 국사성황행차는 신명나는 무악 강릉의 행진민요인 ‘영산홍’을 부르며 대관령 옛길을 걸어서 내려온다.

음력 4월 보름 대관령산신제와 국사성황제를 마치고 대관령에서 강릉 시내로 내려오는 길가에 있는 구산서낭당에서 한바탕 굿을 하고 마을에서 준비한 점심을 먹는다. 옛날 대관령을 걸어 내려오면 이쯤에서 어두워져서 횃불을 밝혀들고 국사서낭행차를 맞이했다고 한다. 국사성황행차는 다시 구정면 학산 마을로 가는데 국사성황신인 범일국사가 고향을 방문하는 의미이다. 지금도 강릉시 구정면 학산에는 굴산사지와 더불어 범일의 어머니가 물바가지에 뜬 해를 먹고 아이를 낳았다는 우물, 아버지 없는 아이라고 버려져 학의 도움으로 살아났다는 학바위 등 범일국사 탄생의 신기함을 말해주는 신성한 장소들이 남아있다.

국사여성황사 봉안제
국사여성황사 봉안제

대관령을 내려온 국사성황행차는 학산에 다녀와서 강릉 시내를 한바퀴 돌고서 홍제동 여성황사로 간다. 이곳에는 여성황 정씨처녀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데 4월 보름 대관령국사성황신을 맞이하여 부부신의 위패와 신목이 함께 모셔지는 것이다. 두 분을 함께 모시는 의미로 유교식 제사를 올리고, 이어서 무당패가 굿을 한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단오제가 시작되는 음력 5월 2일까지 위패와 신목은 여성황사에 모셔 둔다. 국사성황신이 정씨 처녀를 데려다가 결혼한 날이 바로 4월 보름이었다고 하니 이를 기념하여 두 분을 합께 모시는 제사인 것이다.

강릉단오신을 위한 노래
강릉단오신을 위한 노래

강릉단오제는 평소 대관령에 계신 국사성황신을 단오장에 모셔 놓고 지내는 축제이다. 음력 4월 보름에 시내 여성황사에 모시고 다시 음력 5월 3일 단오장에 마련된 임시 제당으로 모신다. 그러니까 단오신이 대관령에서 시내 여성황사로 내려오고, 여성황사에서 단오장으로 단오제를 받기 위해 두 번 행차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 때 부르는 노래가 ‘영산홍’이라는 노래로 강릉단오제에서 부르는 신맞이 노래라고 할 수 있다.

노랫말을 조금 살펴보면 강릉단오제의 진행과정과 염원이 배어 있다.

이야에 에헤야 에이야 얼싸 지화자자 영산홍

이야에 에헤야 에이야 얼싸 지화자자 영산홍

영산홍도 봄바람에 가지가지가 꽃피었네 지화자자 영산홍

꽃밭일레 꽃밭일레 사월 보름날 꽃밭일레 지화자자 영산홍

여태까지 왔다는게 이제 겨우 반쟁이냐 지화자자 영산홍

국태민안 세화연풍 성황님께 비나이다 지화자자 영산홍

먼데사람 듣기좋게 힘차게 불러주소 지화자자 영산홍

절에사람 보기좋게 덩실덩실 춤을 추소 지화자자 영산홍

구산금산 다 지나서 여성황이 저기로세 지화자자 영산홍

국사성황 영신제와 영신행사
국사성황 영신제와 영신행사

음력 5월 2일 저녁에는 제관과 무당들이 홍제동에 위치한 대관령국사여성황사에 올라가 영신제를 지낸다. 제사를 마치고 국사성황신 부부의 위패와 신목을 남대천에 임시로 만든 제단(굿당)으로 모시는 국사성황신 영신행차가 벌어진다.

굿패들은 국사여성황신 정씨처녀의 생가로 알려진 경방댁에 들러서 잠시 굿을 한 뒤, 남대천 단오장의 임시제단으로 성황신을 모셔 간다. 영신행차에는 무당, 관노가면극패, 농악패가 신명을 돋우고 수많은 시민들이 등불을 들고 뒤를 따르면서 축제 분위기를 이룬다. 굿당에 위패와 신목을 모셔놓은 뒤 무녀들이 환영의 춤을 추는 것으로 영신행차를 마친다.

영신행차가 단오장에 도착하면 오색 축포가 올라가고 단오장의 각 공연장에서 축하공연으로 행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다른 축제들에서 보여 지는 개막행사 또는 전야제와 같은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조전제
조전제

음력 5월 3일부터 7일까지 단오제가 계속되는 동안 임시 단오제당에서 유교식 제사를 아침마다 올리는데 조전제라 한다.

강릉시장을 비롯하여 강릉단오제위원회, 강릉단오제보존회, 강릉문화원, 각 기관 사회단체장 등 강릉시민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헌관이 되어 시민과 국가의 안녕을 기원하는 제사를 올리는 것이다.

조전제는 한 시간 정도 진행되는데 제사가 끝나면 제관과 참여객들이 제사음식을 나누어 먹고 그 자리에서 어두워질 때까지 종일 단오굿판이 열린다.

송신제와 소제
송신제와 소제

강릉단오제의 마지막 날인 음력 5월 7일 저녁에 제례와 단오굿을 모두 마치고난 후 국사성황신은 대관령으로, 국사여성황신은 홍제동의 대관령국사여성황사로 다시 되돌려보내는 제사를 지낸다. 이 제사가 송신제로 단오제의 마지막 제사이다.

강릉단오제의 다른 제사들은 시민대표들이 제사를 지내지만 송신제는 단오제행사를 직접 담당하는 단오제보존회의 인간문화재가 중심이 되어 제사를 지내는 것이 특징이다. 보통 단오제사를 담당하는 예능보유자 즉 인간문화재가 초헌관이 된다.

제사가 끝나면 제례부문 예능보유자, 제관, 무당 그리고 시민들이 줄지어 소제장소로 이동한다. 이들은 모두 제례와 굿에 사용했던 신목과 여러 가지 색종이로 만든 꽃, 등, 배, 위패 등을 들고 따른다. 굿당을 장식했던 모든 것을 불에 태우는 것이 ‘소제’이며 이것으로 단오제의 모든 행사가 끝나는 것이다.

송신제와 소제는 다른 축제에서 폐막식과 같은 것으로, 소제 불빛이 사라지면서 강릉단오제는 자연스레 막을 내리는 것이다.